지금은 3D 프린터를 사용하는 일이 꽤 익숙해졌지만, 저에게도 모든 것이 낯설고 막막했던 ‘입문 한 달 차’ 시절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왜 출력이 자꾸 실패하는지 몰라 답답했던 적도 많았고, 아까운 필라멘트를 버리면서 원인을 하나씩 찾아가기도 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때의 실패 하나하나가 장비와 소재, 출력 설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입문 초기에 제가 직접 겪었던 실수와 그 과정에서 배운 점을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이제 막 3D 프린팅을 시작해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분이라면, 제 경험이 문제의 원인을 찾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오토 레벨링을 너무 믿었던 첫 번째 실수
처음 3D 프린터를 사용했을 때는 ‘오토 레벨링’이라는 기능만 믿으면 베드와 노즐 사이의 모든 문제가 자동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때의 실수
출력 전에 자동 보정을 실행했으니 별다른 확인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 출력에서는 첫 번째 레이어가 제대로 붙지 않거나, 반대로 노즐이 너무 낮게 지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의 생각
지금은 오토 레벨링을 모든 문제를 자동으로 해결해 주는 기능이 아니라, 프린터가 베드와 노즐의 위치 관계를 보정하는 과정 중 하나로 생각합니다. 특히 Bambu Lab A1 mini처럼 자동으로 Z 오프셋과 베드 레벨링 등을 보정하는 프린터라고 하더라도, 출력 환경 자체가 정상적인지는 사용자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베드 표면에 오염물이 묻어 있거나, 노즐 끝에 이전 출력물의 잔여물이 남아 있거나, 베드가 제대로 장착되지 않은 상태라면 자동 보정만으로 해결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출력이 잘되지 않을 때 무조건 레벨링부터 반복하기보다 베드 상태 → 노즐 상태 → 장착 상태 → 자동 보정 상태를 순서대로 확인하는 편입니다.
강도를 높이려고 인필만 올렸던 두 번째 실수
처음에는 출력물을 튼튼하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인필(Infill) 밀도를 높이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때의 실수
필요 이상으로 인필을 높게 설정한 적이 많았습니다. 출력 시간과 필라멘트 사용량은 늘어났지만, 실제로는 기대했던 만큼 강도가 좋아지지 않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지금의 생각
지금은 출력물의 강도를 높일 때 인필만 보는 것이 아니라 외곽 벽의 수와 두께, 출력 방향, 인필 밀도와 패턴 등을 함께 확인합니다.
특히 외곽에서 힘을 받는 구조라면 퍼리미터(Wall)를 늘리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내부의 압축 저항이나 무게 등이 중요한 경우에는 인필 역시 의미가 있습니다. 즉, 인필을 무조건 높게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방향에서 어떤 힘을 받을 출력물인지 먼저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알게 됐습니다.
지금은 필요한 부분의 벽 수나 인필만 조정하면서 출력 시간과 소재 사용량도 함께 확인하고 있습니다.
필라멘트를 그냥 방치했던 세 번째 실수
처음에는 필라멘트를 단순히 플라스틱 재료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프린터에 걸어둔 채 며칠씩 그대로 두어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때의 실수
어느 순간부터 출력물 표면의 상태가 예전과 달라지고, 압출할 때 작은 소리나 거친 흔적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때는 프린터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나중에는 필라멘트의 보관 상태도 확인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지금의 생각
3D 프린팅 필라멘트는 소재에 따라 공기 중의 수분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일부 소재는 습기에 더 민감하기 때문에 장기간 노출되면 출력 품질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필라멘트를 가능한 한 밀폐된 공간에 넣고 건조제와 함께 보관합니다.
다만 모든 필라멘트가 똑같이 습기에 민감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무조건 같은 방식으로 건조하기보다는 사용하는 필라멘트의 제조사 권장 보관 및 건조 조건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필라멘트는 무조건 건조해야 한다”는 식의 접근보다는 소재별 특성을 알고 상태를 확인하는 습관이었습니다.
필라멘트 끝단을 제대로 정리하지 않았던 실수
필라멘트를 사용하고 남은 끝부분을 스풀 구멍에 제대로 고정하지 않았던 적도 있습니다.
당시에는 단순히 필라멘트를 빼서 걸어두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정리되지 않은 끝부분이 풀리면서 스풀 안쪽으로 들어가거나 다른 부분과 엉키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됐습니다.
필라멘트가 엉키면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출력 도중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은 사용 후 남은 필라멘트 끝을 가능한 한 스풀의 고정 구멍이나 전용 홀더에 정리해서 보관하고 있습니다. 필라멘트가 프린터에서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문제가 생겼다면 새 필라멘트 자체가 불량이라고 생각하기 전에 스풀의 감김 상태도 한번 확인해 보는 편이 좋습니다.
필라멘트 꼬임이나 취급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는 [필라멘트 꼬임 예방 및 취급 주의사항 가이드] 에서 별도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출력물을 너무 급하게 떼어냈던 네 번째 실수
출력이 끝나면 빨리 결과물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앞섰습니다.
그때의 실수
베드가 충분히 식기 전에 출력물을 억지로 떼어내려고 했고, 헤라를 힘주어 밀다가 베드 표면을 손상시킬까 걱정되는 상황도 있었습니다. 서포트를 제거할 때도 출력물의 날카로운 부분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작업했던 적이 있습니다.
지금의 생각
지금은 출력이 끝났다고 바로 힘을 주기보다 사용 중인 베드와 필라멘트에 맞춰 충분히 식힌 뒤 제거하는 것을 먼저 생각합니다.
베드가 식으면서 출력물과 베드의 상태가 달라져 비교적 쉽게 분리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제조사 안내에서도 출력물을 제거할 때 베드가 충분히 식은 뒤 작업하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또한 서포트나 출력물의 얇고 날카로운 부분을 다룰 때는 손으로 무리하게 뜯기보다 적절한 공구를 사용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결국 처음에는 빠르게 떼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조금 기다리는 것이 출력물과 장비를 보호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슬라이서 미리보기를 대충 확인했던 다섯 번째 실수
처음에는 모델을 슬라이싱한 뒤 바로 출력 버튼을 누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서포트 설정이 제대로 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귀찮아서 “이 정도는 그냥 출력되겠지”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때의 실수
공중에 떠 있는 구조나 오버행이 있는 모델을 충분히 확인하지 않고 출력했고, 결과적으로 원하는 형태가 제대로 나오지 않거나 출력 중간에 실패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지금의 생각
지금은 출력 전에 슬라이서의 미리보기(Preview)를 한 번 확인하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레이어별 출력 경로를 살펴보면 어떤 부분에 외벽이 만들어지는지, 서포트가 필요한 부분에 제대로 적용되어 있는지, 출력 순서가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은지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특히 출력 시간이 긴 모델일수록 시작 전에 잠깐이라도 미리보기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미리보기만 확인한다고 모든 출력 실패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적어도 슬라이싱 단계에서 발견할 수 있는 문제를 출력 전에 확인하는 과정은 지금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실패는 버려지는 결과물이 아니라 다음 출력을 위한 기록
입문 한 달 차에는 출력에 실패할 때마다 “왜 이렇게 안 되는 걸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때의 실패들이 장비와 소재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첫 레이어가 잘 붙지 않았던 경험 덕분에 베드 상태와 노즐 높이를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고, 강도를 높이려고 인필만 올렸던 경험 덕분에 벽 수와 출력 방향도 함께 생각하게 됐습니다. 필라멘트 보관이나 스풀 정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처음부터 모든 설정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실패했을 때 무작정 설정을 많이 바꾸기보다 무엇이 문제였는지 하나씩 확인하고 기록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달 동안 출력에 실패했던 경험이 당시에는 아깝게 느껴졌지만, 지금은 그 과정이 현재의 출력 습관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3D 프린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면 출력 실패 자체를 너무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한 번의 실패에서 원인을 하나씩 찾아가다 보면 다음 출력에서는 분명히 이전과 다른 판단을 할 수 있게 됩니다.
“3D 프린터 입문 한 달 차, 제가 겪었던 실수 5가지와 배운 점”에 대한 1개의 생각